건설 현장에서 임시 흙막이 구조물은 마치 숨겨진 안전망과도 같습니다. 터파기를 하면서 주변 토사의 붕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. 그런데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서 흙막이를 해체해야 할 시점이 되면, 많은 현장에서 긴장감이 흐릅니다. “이거 괜히 빨리 철거했다가 주변 구조물에 영향 가는 거 아냐?” 하는 걱정 때문이죠. 실제로 흙막이 해체 중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.
오늘은 공사 중 임시 흙막이 해체 시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과 사고 방지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.
흙막이는 왜 설치하고, 왜 조심해서 해체해야 할까?
흙막이는 말 그대로 '흙을 막는' 구조물입니다. 터파기할 때, 땅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시설을 설치하는데, 대표적으로는 H-PILE+토류판, 시트파일, 어스앵커 등이 사용됩니다. 문제는 이 구조물이 주변 건물이나 도로를 지탱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. 터파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건물 하부나 지하구조물 시공이 완료되고, 이제 흙막이를 해체할 때가 오죠.
그런데 여기서 가장 위험한 건, 흙막이를 잘못 해체하면 지반이 움직이거나, 주변 건물이 침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. 특히 도심지처럼 주변에 기존 구조물이 바짝 붙어 있는 경우, 이 영향은 더욱 커집니다.
흙막이 해체 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
① 지반 재하중 미확보 상태에서 해체
흙막이를 해체하려면 그 자리를 대신 지탱해줄 구조물이 먼저 시공돼 있어야 합니다. 예를 들어, 지하 외벽 콘크리트가 아직 양생 전이거나, 되메우기도 안 된 상태에서 흙막이를 제거하면, 토압을 지탱할 수단이 사라지게 됩니다.
② 해체 순서 오류
흙막이는 단계적으로 설치된 만큼, 해체도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. 상부부터 하부 순으로 해체하거나, 앵커력 손실을 감안해 보강조치를 병행해야 하는데,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철거하면 붕괴 위험이 발생합니다.
③ 계측값 무시
현장에서는 토압, 변위, 앵커 인장력 등의 값을 실시간으로 계측합니다. 해체 전엔 이 데이터를 반드시 검토해야 하죠. “수치가 안정화됐다”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흙막이 철거를 미루는 게 원칙입니다.
④ 인접 구조물 영향
흙막이 해체 시 주변 기존 건물의 기초와 거리가 가깝다면, 진동과 지반 이동이 그대로 전달됩니다. 특히 연약지반에서는 아주 미세한 지반 이동만으로도 균열이나 침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접 건축물 계측과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.
해체 전 확인해야 할 5가지 체크리스트
- 외벽 콘크리트 구조체가 완전히 양생되었는가? (기초 + 벽체 + 슬래브 포함)
- 되메우기 계획이 준비돼 있는가? (시공 순서 및 토류판 보완 여부 포함)
- 토압 및 구조물 변위 계측값이 안정화됐는가?
- 해체 순서가 시방서 및 구조계획에 부합하는가?
- 인접 건축물에 대한 안전 조치 및 계측이 병행되고 있는가?
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무리한 해체가 됩니다. 특히 콘크리트 외벽이 흙막이를 대체할 구조체인지, 그 강도 확보가 되었는지 확인이 핵심입니다.
흙막이 해체 중 실제 사고 사례
2020년 ○○지역의 한 상업용 건물 신축 현장에서 흙막이 해체 중 지반이 일부 붕괴되며 인접 상가 벽면에 균열이 생긴 사고가 있었습니다. 당시 외벽 콘크리트는 양생 중이었고, 되메우기도 절반만 진행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토류판을 제거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. 결과적으로 현장 공사는 한 달 넘게 중단되었고, 인접 건물과의 민원 조정 비용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.
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흔히 발생하며, 대부분 ‘급한 일정’이나 ‘예산 절감’ 때문에 생긴 판단 미스로 이어집니다. 결국 계획보다 빠른 철거가 비용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죠.
마무리하며
흙막이 가시설은 설치만큼이나 해체가 중요합니다. 실제로 구조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“해체는 설치보다 더 어려운 공정”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죠. 눈에 띄지 않지만 지반과 구조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주던 흙막이를 걷어내는 순간, 현장의 모든 하중과 압력의 균형이 다시 설정됩니다. 이 시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, 전체 공사의 안전과 품질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.
안전을 우선시하는 공사라면, 흙막이 해체 계획도 구조안전계획의 일부로 진지하게 다뤄져야 합니다. 조금 느려도, 확실하게 해체하는 것이 결국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이라는 점,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.